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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록 다시 부르기
윤도현밴드(YB)
1999

by 이경준

2002.04.01

앨범 타이틀 그대로 한국 록의 명곡들을 재해석해 실은 본 음반은 윤도현 밴드의 정규 4집이자 그룹이 발표한 걸작 중 하나로 흔히 거론되곤 한다. 자칫 '진부한 재탕'이 되기 쉬운 앨범을 양질의 텍스트로 승화시킨 것은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는 밴드의 역사 의식이다. 상투적이거나 뻔한 리메이크는 찾아볼 수 없다.

1970년대 한국 사이키델릭 록의 보물 김정미('바람')부터, 1980년대 언더그라운드 록 씬의 정신적 지주 들국화('그것만이 내 세상', '돌고 돌고 돌고'), 1990년대 한국적 록 보컬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강산에('깨어나')에 이르기까지 그룹은 과거와 현재의 축을 종횡하며 잊혀졌던 거장들을 세기말에 다시 한 번 무대 위로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다.

작품의 시의적절성을 강조해도 다시 부르기가 답습차원에 머물렀다면 팬들의 반응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룹은 영리했다. 원곡을 훼손하지 않는 차원에서 현시대에 걸맞는 방법론을 들이댄 것. (비록 이념적 지형도는 크게 달랐다 해도) 빠트릴 수 없는 1970년대 포크의 양대 거목 김민기와 송창식의 원전 '철망 앞에서'와 '담배가게 아가씨'는 각기 그렇게 합창곡과 강렬한 록 버전으로 다시 채색되어 태어났다. 그룹은 그들로부터 받은 영향력을 '창조적 변용'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오리지널이 주는 중압감을 밴드는 그런 식으로 극복했으며 한편으로 그들에 대한 오마쥬를 나타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앨범의 출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단지 본작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당시 유행처럼 일었던 상업적인 '트리뷰트 붐' 전반에 대한 지적이었다고 해야 옳다. 물론 시각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음반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이경준(zakkrand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