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타협도 장황한 설득도 없다. 믹스 팝으로 명명한 엔믹스의 자성은 섣불리 대담했던 ‘O.O’와 ‘Love me like this’의 머뭇거림, 미니 3부작 < Fe3O4 >의 단련과 보완을 견디며 온전히 힘을 발휘한다. 대중성과 정체성, 두 키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덕에 사랑의 이면이라는 소재도 어렵지 않다. 데뷔 4년 차에 맞이한 달콤한 첫 정규 < Blue Valentine >은 예측 불가의 쾌감을 선사하는 ‘엔믹스의 본질’ 그 첫 장이다.
탄탄한 가창력으로 시작한 믹스 맥락 찾기는 여유로운 완급조절로 이어졌다. 타이틀 ‘Blue valentine’이 기존의 과감함을 덜어내 캐치한 후렴구 중심으로 전개한다면 이후의 ‘Spinnin’ on it’, ‘Phoenix’는 에너지와 속도에 무게감을 주며 위화감을 낮춘다. 리듬과 멜로디를 번갈아 강조하는 보컬도 면밀하다. ‘Rico’의 라틴 기반 힙합은 중저음으로 묵직하게 누르고 ‘Game face’의 포근한 멜로디는 하모니로 감싸며 다양한 구성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를 걷는다.
확실한 존재감 정립에는 장르 융합의 황금비를 찾은 점도 있겠으나 믹스 팝의 영향 범위를 넓힌 것이 결정타다. 곡 단위로 한정했던 변주는 직전 < Fe3O4: Forward >의 기승전결로 확장했고 이번 앨범에서는 주제 해석의 영역까지 뻗어 성장과 고통의 감정에 구체적인 서사를 부여한다. 전작의 ‘High horse’가 절제를 통해 스토리를 전개했듯 레게톤 팝 ‘Podium’과 밴드 편성 ‘Adore u’는 각각 목표 의식, 사랑과 상처의 공존을 음악에 자연스럽게 주입한다. 두 곡 모두 표면적으로는 ‘믹싱’의 흔적이 옅고 새로움과 거리가 멀지만 주요 콘셉트를 안정적으로 지지하며 응집력을 높였다.
‘이룸’이 아닌 ‘일굼’에 가까운 앨범 < Blue Valentine >만의 뭉클함을 설명하는 것은 친절한 디테일이다. 시그니처 사운드 ‘Change up’으로 갑작스러운 변화를 무마하기보다는 흐름 위주의 비트 확장을 택한 점, 전반부 트랙에 넉넉한 러닝타임을 할애하며 친숙한 1절-2절-브릿지-3절 구조를 적용한 것까지 이질감을 덜어내는 고유한 방법론으로 기능한다. 실험으로 쟁취한 진짜 정체성은 ‘믹스 팝’에 그치지 않는다. 믿고 듣는 양질의 보컬, 촘촘한 세계관과 음악의 의외성에서 오는 쾌감 등이 마침내 찾아낸 레시피에 맞게 잘 배합되어 있다.
짧지 않은 시간, 붙이고 떼는 과정을 반복했던 이들이 이지리스닝과 미니멀리즘이 장악한 시대에 정점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뚝심이다. 유행 대신 감상의 측면에서 대중을 이해하며 완성한 포용력은 단순 흥행 이상의 새로운 방향성을 획득한다. 기나긴 항해 끝에 바다를 벗어난 상공에서의 비행이 제격임을 깨달은 엔믹스. 오랜 기다림의 도약은 K팝의 핵심인 성장을 품으며 취향 너머의 사람들을 끌어안았다.
-수록곡-
1. Blue valentine [추천]
2. Spinnin’ on it [추천]
3. Phoenix [추천]
4. Reality hurts
5. Rico
6. Game face [추천]
7. Podium
8. Crush on you [추천]
9. Adore u
10. Shape of love
11. O.O part 1 (Baila)
12. O.O part 2 (Superhe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