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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3O4: Forward
엔믹스(NMIXX)
2025

by 손민현

2025.03.31

‘믹스 팝’에서 ‘엔믹스’ 팝으로의 본격 전환이다. 전략 실험이 종료된 후 결과 도출은 생각보다 빨랐고 방향은 성숙하다. 차분한 청사진 ‘High horse’부터 분위기 반전이다. 우수한 가창력을 뽐내기보다 절제했을 때 빛난다는 깨달음, 이름에 새겨진 콘셉트의 고삐를 기어코 틀어쥐겠다는 뚝심. 자철석 3부작의 종착지 < Fe3O4: Forward >에 이르러서야 그 해답을 제대로 찾았다. 형태를 둥글게 만들고 포용 범위를 넓힌 엔믹스의 현재에서 이리저리 통통 튀던 옛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결국 ‘믹스’의 본질은 접합이라는 행위 자체가 아니었음을 인정했다. ‘Dash'에서 찾은 단서가 곳곳에 포진한 신보는 반주 변경의 확고한 타당성과 정당성이 핵심이다. 억지로 ‘체인지 업’을 외치지 않아도 브레이크비트, 트랩, 하우스 등 사운드 차용의 논리가 촘촘하니 음악도, 그룹도, 힙합 신과 교류했던 그간 빌드업의 의미도 되살아난다. 너무나 매끄러워서 ‘Know about me’는 사실 믹스 팝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그저 빼어난 곡이다. 타이틀을 비롯해 각각 뛰어난 짜임새가 강한 멜로디 없는 차분한 K팝 곡을 전면에 내세운 당당함의 근거다. 


조용하고 묵직한 원투 펀치 이후로는 철저한 오답 노트다. ‘Golden recipe'의 의도적일 만큼 유치한 멜로디는 고전 동요를 차용한 ‘Young, dumb, stupid'의 이상향이고 칩 멍크 등 과거의 향수로 시작한 ‘Papillon'은 여러 랩 스타일을 자연스레 활강하며 ‘별별별 (See that?)’의 당혹감을 해소한다. 단순한 힙합에 복잡한 디테일을 새겨 넣는 장인 정신이 섬세하고 과거 발매 곡이 끝끝내 결론을 낸다는 점도 이상적이고 당돌하다. 첫 곡과 수미상관으로 배치한 팝 발라드 ‘Ocean’까지 조망까지 입체적으로 챙겼으니. 이제 완연한 유년기 졸업이다.


전자음악과 록 등 두꺼운 음악이 대권을 잡은 지금 K팝 시류에서 누군가는 음악 다이어트를 하고 대척점에 서야 했다. 한 곡에 두 곡, 세 곡을 담겠다는 슬로건으로 맥시멀리즘을 한 차원 넘어선 엔믹스가 그 주인공이 된 건 의외다. 고도화된 K팝 접근법으로 전통과 현대의 음악 양식을 조합하는 것도 어려운데 덜어내기까지 성공하여 ‘믹스’의 진정한 미학을 찾아냈다. ‘우린 중간이 없어’라며 힘차게 앞으로 내달렸으나 말과 본질이 긍정적으로 다르다. 고고하게 뿜어내는 추진력의 원천은 오차를 극한까지 줄인 철저한 중도다.


-수록곡-

1. High horse [추천]

2. Know about me [추천]

3. Slingshot (<★)

4. Golden recipe

5. Papillon [추천]

6. Ocean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