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레몬에 녹빛이 감돈다. 그 시절 메타버스 붐은 말 그대로 가상에서만 존재하다가 소리도 없이 사라졌지만 에스파가 챙긴 것이 있다면 혀끝에서 느껴지는 ‘쇠 맛’. 이를 중심으로 싱글이나, EP가 아닌 정규 음반이라는 하나의 작품으로 2년 만에 2집 < Lemonade >가 탄생했다. 다양한 곡들로 그 맛을 상쇄하고 서로 보완하는 와중에 한계가 드러난다. 주요 트랙으로 핵심 사운드 주조(鑄造)에 몰두한 나머지 앨범 속 주조(主調)를 놓쳤다. 철의 성분이 충분한 것에 비해 아직 설익은 신맛이 레모네이드에 남아 있어 기존의 강점마저 녹슬게 만든다.
그럼에도 단단하다. 대형 뮤지션이 포진해 있는 처음-중간-끝에서 에스파 음악의 힘이 돋보인다. 선 싱글 ‘WDA (Whole different animal)’에는 K팝 아이돌의 아이콘 지드래곤, ‘Switchblade’에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이름을 두 번이나 새긴 타이 달라 사인, 타이틀 곡의 다른 버전인 ‘Lemonade’에는 라틴 가수 베키 지가 윤활제 역할을 해낸다. 베키 지를 제외하고는 보컬들이 가창보다 효과음처럼 작용한다. 중요한 것은 앞선 설명처럼 ‘에스파 음악’에 있다. 에스파는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강조하는 강성 사운드만 앨범에 녹아 들어간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주목받지 못할 다른 수록곡들이다. 이는 분위기에 따른 큰 격차, 의도를 알 수 없는 샘플링, 대중 소구가 부족한 설득력에서 기인한다. 무쇠 울타리를 걷어내고 보면 준수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선배 그룹 소녀시대 태티서가 떠오르는 ‘Can’t help myself’와 록 스타일을 가미한 감성적인 팬 송 ‘‘Till we die’ 같이 익숙하고 뻔한 편곡임에도 극명한 구성 탓에 역으로 도드라지는 경우도 있고, ‘Shakin’’처럼 멤버들 매력의 합이 어우러지는 노래도 있다. 아쉽게도 그 이상은 없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가치를 상실하고 만다.
연속이 영속을 담보하지 않는다. 사운드, 스타일,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승화하지 않는 이상 현상에 머무를 뿐. 콘셉트, 뮤직비디오 등 프로덕션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높은 완성도라는 이점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음악적 완성도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왜 에스파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화끈한 데뷔 ‘Black mamba’, 초신성처럼 빛난 1집 < Armageddon >, 재진입을 위한 채찍질 ‘Whiplash’로 답했으나 그 사이 위기가 있었던 것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쇠 맛이든 신맛이든 쇄신도 필요해 보인다. 명맥 잇기에 급급한 지금 다시 뒷목 잡기 직전이다.
-수록곡-
1. WDA (Whole different animal) (Feat. G-DRAGON)
2. Lemonade
3. Shakin’ [추천]
4. Can’t help myself [추천]
5. Camouflage
6. Bite
7. Switchblade (Feat. Ty Dolla $ign) [추천]
8. Roll
9. My plan
10. ‘Till we die
11. Lemonade (Feat. Becky G)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