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더 좋은 경험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것을 회피하려하거나 신세를 한탄하는 사람이 있다. 남자들에게 있어서 군대라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심정적으로 그 두 노선 중에 하나를 택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역으로 군 입대를 한 가수 김범수는 예정된 공백기간 이전에 5집을 발표하고 조용히 떠났다. 그래서인지 새 앨범 < So Long... >은 변화를 앞둔 그의 심경고백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실상 김범수의 음악적 행보를 지켜 본 입장에서 단언하건데, 가장 솔직하게 들리는 앨범이기도 하다.

동시대 알앤비 가수들에 비해 기본이 탄탄했고, 또 그것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김범수 노래들은 너무 신파적이었다. 즉 '노래 잘하는 가수'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이 흐느끼고 질러야 했던 것이다. 스페셜로 담은 DVD 뮤직비디오에 실린 대표곡 리스트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한(恨)의 정서에 매달렸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리메이크 앨범에서 절제의 미학을 설파하더니 이번에는 눈에 띠게 발전한 보컬 통제력을 보여준다. 비록 여섯 트랙의 짧은 인사이기는 하지만, 전곡을 황찬희의 지휘에 맡긴 후 '편안함'의 모습을 지향한 것이다. 그것이 군 입대라는 개인적 상황에 맞물린 변화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창력 과시에 대한 압박감에서 완전히 벗어나 그저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충만함에 쌓여있는 앨범이다.

그것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주는 노래가 '위로'다. 이 곡은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누군가에게 위로받기 보다는 자신이 위로가 되어주고자 하는 능동적인 팝으로, 그의 음악적 지향을 직설적으로 설파한다. 마음에 큰 안식을 전하는 '위로'는 목소리가 음악을 누르지도, 그것에 묻히지도 않고 적정하게 혼연일체를 이루어 안전한 설득력을 보장하고 있다.

과거에도 간간히 보여주었던 펑키함으로 무장한 'Like'나, 멈추거나 후회하지 말고 열심히 살자는 알앤비 '오아시스'도 팬들에게 그를 기다릴만한 힘을 주고자 한 노력이 보인다. 그리고 반대로 보면 현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수록된 CCM 'The one in my life'가 비신자에게도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으며, 마치 라이브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역시 그러한 진솔함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이처럼 < So Long... >은 팝, 펑크(Funk), 알앤비와 발라드 'Fine(The end)'까지 적지만 다양한 음악을 소화하여 아직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복선을 내재하고 있다. 그렇기에 김범수는 언제나 다음이 기다려지는 가수다. 군대에 있을 약 2년간의 경험이 그의 음악에 어떤 성장을 가져올지 자못 궁금하다.

-수록곡-

CD

1. Intro

2. 위로 (작사: 이효석 / 작곡: 황찬희)

3. Like (김범수 / 황찬희)

4. 오아시스 (이효석 / 황찬희)

5. Fine(The end) (이효석 / 황찬희)

6. The one in my life (이효석 / 황찬희)

DVD_Music Video

1. 약속 (김석훈, 명세빈)

2. 하루 (송승헌, 송혜교, 지진희)

3. 보고 싶다 (유오성, 장서희, 김수로)

4. 가슴에 지는 태양 (사강)

5. 후회가 싫다 (최민식)

6. 하루 live version

7. 보고 싶다 live version

프로듀서: 황찬희, 박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