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얼굴 없는 가수로 ‘약속’을 발표할 때만 해도 그가 10년을 버티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이 치열한 가요계에서 그는 의연하게 살아남았고, 이렇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기념 싱글 ‘Slow man’에 털어 놓았다.
래퍼 찬양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하며 전개되는 내용은 바로 김범수의 이야기다. 브이오에스(V.O.S.)의 최현준과 김범수 자신이 함께한 곡에 가사를 직접 썼다. ‘누가 봐도 아닌 비주얼에 가진 것 하나 없던 그가 버텨봐야 3개월이라는 주위의 비웃음과 설움을 딛고 일어섰다’는 내용의 가사는 그가 10년간 가요계를 지나오며 겪어낸 이야기라 깊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
‘보고 싶다’, ‘하루’, ‘가슴에 지는 태양’ 등 수 많은 히트곡을 통해 발라드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한 그였기에 발표한 10주년 싱글이 신스 사운드가 더해진 트렌디한 미디엄 템포의 댄스곡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0년을 발라드의 목소리로 살아왔던 김범수가 발표한 이번 싱글은 향후 그의 음악에도 일정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변화에 대한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그는 애초부터 외모나 기타 배경으로 가요계 정상에 오른 건 아니었고, 그를 내세운 것은 오로지 목소리였기에 그 목소리로 여는 다음 10년도 전망은 밝다. 가사 속 이야기처럼 가요계에서 천천히 또 여유롭게 새로운 10년을 헤치고 나갈 그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