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선지에 그려지는 노트들의 높낮이만이, 화려한 사운드의 경합만이 듣는 이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을 넘어 모든 감정의 고저와 기복이 큰 호흡, 파장이 큰 음역이 ‘김범수’의 목소리 안에는 옹골차게 들어있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교로 귀를 현혹해도 진짜 ‘노래쟁이’ 김범수와의 명암이 갈리는 건 이 때문일 것이다. 조영수 작곡의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는 그 흔하다는 스트링의 몰아침 속에서도 힘차게 곡을 이끄는 건 그의 목소리이며 그렇기에 애절한 가사 또한 제대로 들린다. 사운드와 휘황찬란한 편곡에 휩쓸려 ‘진짜’를 들려주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