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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6집
김범수
2008

by 신혜림

2008.08.01

꽤 단단한 채비를 했다. 전작 < So Long... >에서 다 버리고 떠나는 사람마냥 자신의 알맹이만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길을 걷기 위해 많은 짐을 꾸렸다. 그래서 다채롭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준 김범수도, 편안한 보컬 통제력을 발휘하는 김범수도, 음악적 욕심이 드러나는 김범수도 모두 여기에 있다. 그의 새 앨범, 김범수 6집이다.

이곳을 떠나있던 2년 동안, 아마도 그는 음악계와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중이 바라는 모습과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과의 간격, 음악적 준거점과 트렌드 사이의 거리 등 대부분의 뮤지션이 고민하는 문제를 그 역시 충분히 고려한듯하다. 그리고 그 답안을 타이틀곡 '슬픔활용법'에서 제시한다.

'슬픔활용법'은 평범한 발라드다. 그러나 신파적이지 않다. 과거처럼 높은 음역대에서 강렬하게 울음을 토해내지 않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으로 들린다. 유독 돋보이는 가사처럼, '모래를 삼킨 듯이 먹먹한 가슴'을, 그 마음을 잘 전달하고 있다. 단지 노래를 잘하는 것을 넘어서 곡에 맞는 표현력을 보여준다.

그가 만일 사람들이 원하는 노래만 하고자 했다면 '사랑아'나 '마지막까지'같은 넘버가 타이틀 자리에 훨씬 어울렸을 것이다. '하루'나 '보고싶다'처럼 그의 가창력이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픔활용법'은 상당히 대중적이면서도 김범수의 남다른 소화력이 보인다. 좋은 선택이다.

앨범에 들어있는 발라드군(群)이 보컬리스트로서의 김범수를 대변한다면, 상큼한 팝 넘버들은 그의 음악적 관심사를 보여준다. 가장 매력적인 노래는 윤하와 함께 부른 '줄다리기'. 3분 남짓한 시간을 이루는 구성도 탄탄하고, 익숙하면서도 세련된 멜로디를 가졌다. 김범수와 윤하의 조화도 어울린다.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런 팝에서 그의 목소리가 더 돋보인다는 것이다. 'Smile again'은 누가 불렀어도 느낌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담백한 노래다. 혹 다른 앨범에 있었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정도로 무난하게 흘러간다. 그런 음악을 김범수는 놀라울 정도로 도드라지게 만든다. 원곡이 가진 어쿠스틱함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살아있는 보컬을 들려주며 노래의 감동을 120%까지 끌어올린다.

물론 안타까운 점도 있다. 발라드와 팝뿐만 아니라 가스펠 '빛'과 '은혜로', 현란한 댄스 '쉬운 이별', 복고적인 '님아' 등 여러 장르를 담은 바람에 다소 백화점식 앨범처럼 느껴진다. 더 욕심을 버렸다면 훨씬 날씬하면서도 집중하기 좋은 구도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싱글의 에너지는 좋지만 앨범 미학이 아쉽다.

그러나 그의 욕심이 김범수에게 기대치를 부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내년이면 데뷔 10년을 맞는 그의 이름이 낡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뮤지션으로서 그가 가진 가능성이 아직 무한하기 때문이다. 이번 그의 6집을 통해 노래를 해석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음악과 앨범을 매만지는 공력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그래서 반가운 앨범이다.

- 수록곡 -
1. Intro(725 days) (작곡: 이나일)
2. 슬픔활용법 (작사: 윤사라 / 작곡: 황찬희) [추천]
3. Smile again (BSK / 김보민) [추천]
4. 줄다리기(with 윤하) (김이진 / 황찬희) [추천]
5. 사랑아 (이수정 / 이효석)
6. Interlude(시간이 남겨놓은 이야기...) (윤일상)
7. 굳은살 (윤사라 / 윤일상)
8. Do you know that?(featuring 유빈) (심재희 / 심태현)
9. 쉬운 이별(featuring 주석) (박가영 / 이관)
10. 마지막까지 (이승민 / 황성제)
11. Without your love (심재희 / 황승찬)
12. 님아(SGT.Kim) (BSK / BSK, 이우영)
13. 빛 (BSK / Jamie Jones 외)
14. 은혜로 (이효석 / 황찬희)

프로듀서: 황찬희
신혜림(snow-forget@hanmail.net)